Published Sep 9, 2021 by Yeoun Yi “문과”, “이과”의 구분은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그 차이를 강조하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골든벨 최후의 1인이 답 대신 “문과라 죄송해요”라고 적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드라마 ‘지정생존자’에서는 보좌관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문과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취업과 관계 없이, 무언가를 모를 때 그 이유를 자신이 문과 (혹은 이과) 출신이라는 것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밈으로서의 ‘문과’ (혹은 ‘이과’)가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트위터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분석한 데이터는 2018년 1월 1일부터 2021년 9월 8일까지, “문과라서” 혹은 “이과라서”가 포함된 트위터입니다. 각각 총 6,339개, 5,848개의 트위터가 수집되었습니다. “문과라서” 혹은 “이과라서”라는 말 뒤에는 어떤 말이 뒤따를까요? 트위터 데이터에서 “문과라서” 혹은 “이과라서”라는 말을 기준으로, 그 뒤에 있는 텍스트의 형태소를 Kkma를 이용해 분석했습니다.
예문을 살펴보면, 문과라서 수학이나 과학은 잘 못한다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과, 이과 모두 “국어”나 “영어”를 언급한 경우가 매우 적었고, 둘의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 = 0.663 > 0.05) 이외에도 문과는 명사 “이해”를, 이과는 명사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예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밈으로서의 ‘문과’ 이에 반발하여 (다소 격하지만) “트윗타래 따라가니 아주 가관이다. 문송하니 뭐니하다보니 이제 문과는 놀림거리가 되는 멸칭이 되었네. 장난으로라도 하지말자. 이제 이 XX들이 인류학 박사님 한테 문과세요. 이 XX 하는 지경에 이르렀네.. 저 XX들은 인류학이 뭔지 짐작이나 할까?”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낮은 취업률 때문에 ‘문송’하던 문과가, 잘 모르는 이과 지식을 봐도 장난스레 ‘문송’해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모르는 걸 볼 때마다 모르는 이유를 ‘자신이 문과 출신이어서’로 돌리다보니 이런 밈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과는 ‘이송’해하나요? 최근에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기생충 한줄평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줄평의 ‘명징하게 직조’했다는 표현이 현학적이고 알아들을 수 없다는 논란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명징’과 ‘직조’의 뜻을 몰랐던 이과들은 자신이 이과 출신이라 모른다며 ‘이송’해했을까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충격과 공포의 맞춤법’을 봐도 자신이 이과라서 그렇다며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누구나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자신이 문과 혹은 이과 출신이어서는 아니지 않을까요? 문과든 이과든, 배우면 아는 것이 되니까요!
모르는 걸 죄송해하지 않아 하는 밈이 유행하길 바라봅니다 :)
#data
#analysis
(1) 동사 및 형용사 분석
먼저 가장 많이 사용된 10개의 동사/형용사입니다. 문과와 이과 모두에서 “모르다”라는 동사가 TOP 10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문과에서는 2번째로, 이과에서는 6번째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이과라서”보다 “문과라서” 뒤에 “모르다”가 더 많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과라서” 뒤에 “모르다”가 사용된 비율은 13.81%, “이과라서” 뒤에 “모르다”가 사용된 비율은 8.00%입니다. 그렇다면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일까요? 검증 결과 p값이 0.05보다 작아 이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문과라서 모른다”라고 말한 경우가 “이과라서 모른다”라고 말한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많았습니다.
“문과라서”와 “모르다”가 사용된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생활 관련 내용이 많이 보입니다.
“이과라서”와 “모르다”가 사용된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과 예문과 달리, 특정 문과 과목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문과라서 모른다”는 표현은 일상생활의 궁금증, 특정 과목에 대한 무지 모두에 사용되지만, “이과라서 모른다”는 표현은 특정 과목에 대한 무지에서만 주로 사용됩니다. “문과라서 모르는” 영역이 더 큽니다.
“모르다”의 반대말인 “알다” 역시 문과 TOP 10 동사, 이과 TOP 10 동사 모두에 속합니다. “모르다”와 반대로, “이과라서” 뒤에 “알다”가 쓰인 비율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차이가 유의미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 = 0.915 > 0.05)
(2) 명사 분석
다음은 가장 많이 사용된 10개의 명사입니다. 문과와 이과 모두에서 “수학”, “과학”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문과라서” 뒤에 “수학”또는 “과학”이 사용된 비율은 7.88%, “이과라서” 뒤에 “수학”또는 “과학”이 사용된 비율은 5.40%입니다. 검증 결과 p값이 0.05보다 작아 이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문과라서” 뒤에 “수학” 또는 “과학”을 언급한 경우가 “이과라서” 뒤에 “수학” 또는 “과학”을 언급한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많았습니다.
반면에 이과 예문에서는 이과라서 수학이나 과학을 잘한다, 좋아한다, 잘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문과 과목인 “국어”, “영어”의 언급량은 어떻게 다를까요? 밈으로서의 “문과” 혹은 “이과”가 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면, 이번엔 이과가 문과보다 “국어” 또는 “영어”을 유의미하게 더 많이 언급해야 합니다. 이과라서 국어나 영어는 잘 못한다고 말해야 하니까요.
“문과라서”와 “이해”는 주로 “문과라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같이 사용됩니다.
“이과라서”와 “말”은 주로 “이과라서 말을 유려하게 잘 못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같이 사용됩니다.
(3) 결론
밈으로서의 ‘문과’와 ‘이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밈으로서의 ‘이과’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밈으로서의 ‘문과’와 ‘이과’가 동등하게 서로의 분야를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문과’가 ‘이과’보다 모르는 게 많은, 좀 더 부족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이러한 밈 때문일까요? 실제로 한 인류학과 교수님께 아무 맥락없이 “문과세요?”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서두에 언급한 골든벨 ‘문송’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Yeoun Yi